파일럿 무비
오늘 한 달동안 작업한 테크니컬 데모의 중간 버전을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한달동안 두명이서 한 것이라는 코멘트를 잊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미국에 넘겼다. 화질, 코덱, 용량, 업로드 같은 사소한 문제 때문에 삽질을 조금 했지만 어쨌든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디자이너가 없어서 이전 버전의 리소스를 거의 그대로 사용했고, 카메라 연출 같은 건 신경도 쓰지 못해서 좀 아쉽긴 하다.
어쨌든 시간이 좀 남았길래 저녁 무렵 사원들을 모아놓고 완다와 거상 예약판의 부록으로 따라온 이코와 완다의 파일럿 무비를 함께 관람하는 시간을 가졌다. 게임을 모르는 사람도 있어서 파일럿 무비와 최종 게임 동영상도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어쨌든 다음 갈 길에 대한 합의를 볼 수 있었다.
대체로 기능 구현만을 근근히 마친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이를 실제로 시연하면서 경영진에게 게임의 특징을 하나씩 보여주는 게 보통인데, 파일럿 무비의 경우 처음부터 동영상으로 편집할 것을 감안해서 목표로 하는 게임성을 선택적으로 구현할 수 있기에 꽤 매력적인 것 같다. 그리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줄 수 있으므로 게임의 비전에 대한 공유가 프로토타입 시연보다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참고로, 시연자가 잘못하면 보는 사람이 뭘 봐야 할지 모르게 될 수도 있다 -_-) 시연하면서 다운될 것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갓 들어온 신참 교육용으로도 무지 좋으며, 나중에 게임이 대박이 나면 부록 DVD에 이 영상을 넣을 수도 있다!!
앞으로 예상하는 개발 프로세스는 대충 이렇다. 일단 새 엔진을 이용한 테크니컬 데모를 통해서 기술적인 방향을 공유하고, 프로토 타입 대신 파일럿 무비를 제작해서 게임성을 공유한 다음, 실질적인 제작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하드 코딩을 해야겠지만, 개발 도중 의견 충돌 때문에 엎어버린다든지, 낙하산 때문에 배가 산으로 간다든지 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을테니 어찌 선택하지 않을 수 있으랴...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은 서관희님의 관련글을 참고하시길...
ps. 동영상 편집의 세계는 멀고도 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