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Reiot
(이미 좀 기한이 지난 이야기지만) 2009년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인생 최악(?)의 해이면서, 유아기적 사고에서 벗어나 진짜 어른이 된 해다. 작년에 일어난 수많은 사건들이, 인생이 얼마나 덧없는가에 대해서, 가장의 건강이 왜 그렇게 소중한 것인지에 대해, 가족을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사명이 얼마나 무거운가를 깨닫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건강이란 아무리 잘 관리해도 확률적으로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가정했을 때, 우리 나라처럼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환경에서는 가장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가족과 친지를 괴롭히다가 빈곤층으로 전락해 버릴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싶지 않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자산을 최대한 축적해 두는 것이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재산세 내지 않는 이들의 운명이고. 이런 것들이 내가 트위터나 클리앙에서 MB와 그 알바들에게 극렬하게 반응하고, 북유럽의 천국같은 복지에 대해서 항상 부러워하고, 웰빙 먹거리에 대해서 떠들어대는 이유다.
운좋게 회사에서 4개월 가까이 주3일만 출근해도 되도록 배려를 해줬고, 덕분에 아직까지 큰 탈 없이 버틸 정도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배려가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 결국은 휴직 3개월차인 지난 주에 꾀죄죄한 모습으로 회사로 가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다행히 이번 프로야구매니저의 반응이 제법 좋은 편이어서, 미안함과 부담감은 덜고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었다.
이제 새해의 목표는 간단하다. 최우선순위는 정상 컨디션의 레이옷으로 복원(?)하기. 그리고 자체 선순환 시스템- 내가 없어도 자산을 증식해주는 앞마당 커맨드 센터 -의 구축이 두 번째다. 한날님처럼 거창하게 오픈하기엔 현실이 참 소박하기에 그다지 할 말은 없지만, 새로 만들 조직의 최종적인 모습에 대해서는 코멘트할 게 좀 있다.
- 주35시간 근무
- 아침엔 유기농 야채 샐러드. 점심엔 호텔식 부페
- 무료 공정 무역 커피
- 1년에 28일 refresh 휴가
- 직원 및 가족의 의료 비용 전체 제공
- 사옥 근처 직원 아파트 제공
- 육아 및 교육 지원. 종신 보험 및 재무, 법무 컨설팅 제공
- 전사원 아이폰 또는 안드로이드 제공
- 모니터, 의자, 키보드, 마우스는 최고의 퀄리티로
- 이익의 1%는 복지 분야로 기부
요약하자면, 소수 정예로 최고의 팀을 꾸리고,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제공한다..라는 거다. 아직은 꿈의 단편에 불과하고 언제 저런 것들이 이루어질지는 의문이지만, 회사 운영도 애자일하게 해나가면 시간을 많이 단축시킬 수 있을지도. 물론 스타트업의 3년 생존률이 1-5% 정도라는 걸 감안하면 초반엔 서바이벌 모드로 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스타트업의 세계는 기술력이 좋다고, 최신 트렌드를 많이 안다고 성공하는 영역이 아니라고 한다. 지식 보다는 지혜가 필요한 영역, 빠른 판단과 실행력이 중요한 세계라나. 그래서 블로그 이름도 Learning Reiot 에서 Starting Reiot 으로 바꿨다. 다음 주에 법인 등록을 마무리 지으면, 이제 컨디션이 허용하는 한 열심히 땅파는 거만 남았다. 다만 현재의 체력대로라면 조만간 재택 근무의 나날들이 이어질 거 같지만.. ^^;;;
끝으로, 월급 몇 달째 못타오는 못난 남편 대신 생활비와 남편 약값, 시댁 생활비 대느라 야근 라이프를 반복중인 안사람에게 무한한 경의를 바친다. 여보~ 감사합니다~ 빨리 건강도 되찾고 돈도 많이 벌어올께요~ ㅠ_ㅠ